지렁이 기르기
분변토 '수확'
[서리]
2009. 7. 11. 00:06
제딴에는 정말이지 거대한 결단,
집 청소를 해 주기로 했습니다.
지난 번엔 화분을 완전히 비우지 않아서
분변토를 일부밖에 수거하지 못했거든요.
2009/06/08 - [지렁이 기르기] - 분변토 갈아주기
마침 날씨도 화창합니다.
밝은 날이니 흙 속으로 잘 도망가겠지요.
지렁이를 만질지도 모르니 고무장갑을 끼고
흙을 만져야 하니 그 위에 비닐장갑을 한 겹 더 낍니다.
지렁이에겐 인간의 체온이 넘 높아서
맨손으로 지렁이를 만지면
지렁이가 화상을 입는다고 해요.
(물론 그럴 내공은 아직 멀었습니다만..;;)
자, 이제
으악으악 하면서
용감하게 화분을 확 엎습니다.
아직 채 숨지 못한 녀석들이 왼쪽에 몇 마리 보이는군요.
고맙게도
진한 햇볕 아래 노출된 지렁이들은 냅다 흙 속으로 도망칩니다. ㄱㅅㄱㅅ~
방향을 잘못 잡아 흙을 등지려 하는 녀석들은
모종삽으로 방향을 잡아주면 역시 흙으로 쏙 들어갑니다.
모종삽으로 위쪽 흙을 슬쩍 걷어내서 왼쪽에 따로 모읍니다.
화분을 엎어 줬기 때문에 화분 아래쪽에 가득찼던 분변토가 맨 위로 올라와 있어서
걷어내기가 편하네요.
분변토는 검고 몽글몽글 뭉쳐 있습니다.
슬쩍 보기에도 지렁이가 저 속에서 편하게 숨쉬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걷어낸 분변토는 다른 화분 여기저기에 고루 나눠주고
물을 뿌려 양분이 흡수되도록 합니다.
상추 모종에도 한 삽. 상추가 더 쑥쑥 자랄까요?
남은 흙은 신문지 째 조심조심 들어서 토분에 다시 투하.
분변토를 걷어낸 만큼 흙을 더 채워 줍니다.
지렁님들도 이제 상쾌해졌겠죠? ^^
처음 지렁이를 분양받아 온 지가
반 년은 더 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겨우 한달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사이
절대 못 한다고 했던 일들을 연달아 하게 되면서
꽤나 짧은 시간 동안에 계속 말을 바꾸고 있네요.
분양받아서
무거운데도 한 손으로 멀찍이 들고 올 때는
화분을 뒤적여 지렁이를 확인하리라곤, 화분을 통째로 바닥에 엎을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습니다.
분양 때 교육해 주신 선생님이
화분을 엎어서 분변토를 걷어내면 지렁이가 계속 아래로 들어간다고,
흙을 걷어내는 시늉을 할 때
다들 으악으악하고 있었거든요.
그 땐 선생님이 외계인으로 보였다는..;;;
탈출한 아이들 귀가시키기는 여전히 스멀스멀한 일이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훨씬 나아졌습니다.
문제가 뭔지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고요.
화분을 엎어주고 나니 또 한동안 얌전하군요.
이러다가
정말로 반 년이 지나면
손으로 툭툭 건드리고 있을지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