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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채소가 쑤욱, 베란다 텃밭
[서리]
2010. 4. 28. 01:33
스티로폼 상자로 만든 베란다 텃밭입니다.
맘같아선 베란다 한 쪽을 다 흙으로 메워버리고 싶지만
이사갈 생각을 하면 뭘 할 수가 없군요. ㅠ_ㅜ
1-2년에 한 번씩 떠돌아다니는 셋방살이 인생은,
정착을 어색해하고 겁내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조정된 욕망이 만들어낸 "이동식" 텃밭.ㅋ
이래저래 생긴 스티로폼 상자들을 모아뒀다가
바닥에 구멍 몇 개 뚫고, 뚜껑을 물받이삼고, 윗쪽을 대충 잘라내고... 그리고 모종이나 씨앗을 심으면 끝.
적겨자잎, 적치마상추, 치커리...
쌈채소 몇 종류를 심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뜯어 먹습니다.
파는 것보다는 덜 실하고 덜 크지만, 깨끗하고 싱싱해서 좋아요.
손으로 따면 흙도 안 붙어 있고 물에 살짝 헹구기만 하면 됩니다.
저 멀리에 보이는 건 파.
뿌리가 살아있는 걸 시장에서 사와서, 뿌리만 뚝 잘라 흙에 심어둔 거에요.
파 쓸 일 있을 때마다 가위를 들고 한 줄기씩 똑 잘라 씁니다. 파 안 산 지 한참 됐다는.
제일 앞에 보이는 것도 상추라는데, 자세한 이름은 모르겠어요.
맨 앞 상자는 모종을 심었고, 뒷쪽 두 개는 씨앗부터 기른 것이지요.
베란다에서 거의 겨울을 났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료도 안 주고(뭐가 들었는지 몰라서), 가끔 지렁이 흙만 걷어내서 찔끔찔끔 주었어요.
비닐을 씌워 온도와 습도를 높여주면 더 잘 자랍니다.
겨우내 쪼끄만 싹만 올라온 상태로 살아만 있었는데,
날씨가 따뜻해지니 부쩍 크더군요.
재미있는 건, 겨자잎이 작을 땐 정말 겨자 씹듯 매웠는데, 쑤욱, 크니까 그 향이 덜해지더라는.
4월이 되어서야 화원에 나온 고추모종입니다.
열매를 맺어야 해서 베란다 난간에 꽁꽁 묶어 놨지요.
자전거 바구니에 비닐을 깔고 흙을 채워 모종을 심고,
아래쪽은 세탁소 옷걸이로 친친 감아줬어요.
쓰나미가 오지 않는 이상 떨어질 염려는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뒤켠이라 안전합니다.
매일매일 물을 주고 있는데
고추모종은 어제오늘 정말 걱정스럽군요.
날씨가 대체 왜 이러는지...
집에서 길러보니 더더욱
날씨에 따라 채소 가격이 오르내리는 이유를 체감하겠어요.
시중에 파는 고추의 1/3 크기로만 열리면 성공이겠다는. ㅎ
(오늘 날씨 같아선 살아 있어주기만 해도 성공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