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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기르기

분변토 갈아주기


.....지렁이가 한 마리만 탈출할 때는 귀엽습니다... ㅠ_ㅠ




블로그에 지렁이 화분을 올리는 것은
참 많은 고민을 하게 합니다.

저만 해도 신문이나 포털 광고에 피부과 비포애프터 사진이 나오는 걸 매우 싫어하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징그런 사진이 '공격'을 하게 될까 좀 걱정스럽거든요.

지렁이 화분을 소개하는 것도 그런데요
이 블로그를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한 건
지렁이가 '안전'하다는, 그러니까, 절대! 안! 나온다는!
그런 안심이 들었을 땝니다.

음식물 분해든 좋은 흙을 만들기 위해서든 지렁이를 키워보고 싶어하지만
징그러워서 차마 시도를 못 하는 분들에게
'괜찮아요!' 얘기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역경을 헤쳐나가는 -_- 모습을 공개하는 편이
차라리 낫겠단 생각도 듭니다.



그래요,
한 마리가 아니라 이젠
대여섯 마리가 베란다 바닥 여기저기에 있는 데다가
심지어는 돌아다니다 말라버린 아이들까지 발견하길 두 차례,
급기야는 새벽에 잠을 설치고 베란다 문단속을 하는 사태가 발생.


오늘 지렁이 화분을 전파해주신 그 분에게 전화를 걸어서 우는 소리를 하다가
흙을 갈아 줘야 한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그래, 흙, 퍼주마.

이젠 무서워서 화분을 열기 전에 조명부터 들이댑니다.
지렁이는 빛을 싫어해서, 햇빛을 보면 흙 속으로 기어들어갑니다.
밤이니까 스탠드 불빛으로 퇴치! ㅋ

화분 사진은 흙을 약간 덮어준 다음이군요. 순서가 바뀌었네요.


모종삽으로 살살 흙을 파헤치는데, 아래쪽으로 갈수록 밀도가 높아집니다.

지렁이 분변토

이런, 아래쪽 흙은 분변토로 가득찼나봅니다.
지렁이 다칠까봐 음식물 넣어 줄 때도 위쪽 흙만 살살 긁었더니,
아래쪽은 이렇게 빡빡한 흙이 되어버렸네요.
그래서 올라왔던 거야?


상추모종. 작은 풀은 꺽꽂이 중인 초코민트.


상추 모종 5개, 천 원 어치 사다가 두 번 뜯어먹은, 작은 텃밭입니다. ㅎ
분변토를 퍼다가 살짝 덮어줍니다.
흙만 퍼낸다고 신경을 썼지만 지렁이나 다른 벌레들이 따라갔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 또 그런 대로 상추랑 같이 살겠죠.

초코민트에도 분변토 한 삽.


요즘 새 가지가 한창인 고무나무에도 살짝 뿌려줍니다


분변토에 섞여 있을 벌레들은 식물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분갈이 흙을 사다가 전자렌지에 돌려서 소독까지 하던 때를 생각하면
상당한 모험입니다.


지렁이 화분에는 새 흙을 담뿍 채워줍니다.
예전에 풀을 심었다가 양분이 다 빠져버린, 이제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죽어버린 회색 흙도
지렁이 화분에 들어가면 하루만에 옥토가 됩니다.
아직 남아있는 죽은 흙과
분갈이용 흙을 화분에 담고, 아래쪽 흙과 살살 섞어줍니다.

맘같이선 맨 아래쪽 분변토까지 확 섞어주고 싶은데
모종삽에 지렁이가 다칠까봐 이번에도 깊에는 파지 못했습니다.
좀더 용감해지면
토분을 팍 엎어서 섞어줄 수 있을......까요?


그래도 미덥지가 않아
지렁이화분 위에 얹는 화분을 좀더 큰 녀석으로 바꿨습니다.
하필 호박 모양이라 군데군데 홈이 있어 이 틈으로 비집고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전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올라갑니다.

다만 로즈마리는 햇볕 쨍쨍 아래 두어야 해서
지렁이 화분의 습기를 전보다는 좀더 자주 살펴줘야 할 듯합니다.



새 흙 넣어줬으니
이제 나오지 말고
제발 너네 나라에서 살아주세요

맛있는 과일껍질 또 넣어드릴게요. 흑흑.